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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18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을 읽고 4
  2. 2019.07.18 [심미안 수업]을 읽고 나서
카테고리 없음2024. 3. 18. 13:15

마이크로소프트 근무시절 한사랑 (한글사랑, 한국사랑, 한국문화사랑, ...) 동호회 회장을 했었다. 
책을 구매해서 회원들에게 선물하고, 각자 책을 읽고 저녁을 먹으며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2008년 4월 8일에 나눴던 책이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이다. 

읽어보려고 했는데, 10페이지 정도 읽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베트남으로 이동하면서 가방에 넣어가지고 왔던 책인데, 옛생각을 하면서 꺼내보고는 책에 푹 빠져서 완독하면서, 나의 책읽는 역량이 늘어난건지, 여행을 하면서 체감된 것들이 저자의 글에 동화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여행을 떠나서 즐기는 것도 있지만 출발 전의 기대가 가장 설레고 좋은 것 같다. 
이 책은 

1. 출발 
    기대에 대하여
     -->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떄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새로운 시점은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 비행기 위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풍경, 제멋대로인 것 같은 도로들이 
          잘 짜여진 격자로 드러난다. 눈은 자신이 보는 것을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일치시키려 한다. 우리 눈에 감추어져
          있었다 뿐이지, 사실 우리 삶은 저렇게 작았다는 것,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는 있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드문 세상이다.       

 

2. 동기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 플러그 소켓, 욕실의 수도꼭지, 잼을 담는 병, 공항의 안내판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줄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을 만든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다. 

    호기심에 대하여

    -->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훔볼트, 남미 탐험할 때 4980미터 이상 올라가면 파리가 발견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기록했다. 흠볼트의 흥분은
           세상을 향해 올바른 질문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준다. 그것이 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파리를 보았
           을 때 약이 올라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지리론>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물을 볼 때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며, 질문이 없으므로 흥분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은 
           질문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3. 풍경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 도시의 "떠들석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숭고함에 대하여
    -->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뤼겐의 백악절벽> <알프스> <나이아가라 폭포> <그랜드캐년> <시나이 사막> 등

4. 예술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떄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
          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1888년 2월 말에 프로방스에 왔다. 그의 나이 서른넷이었으며, 그림을 시작한 지는 불과 8년
          이었다. "그해 겨울 파리에서 아를로 오면서 얼마나 마음이 들떴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고흐는 
          1889년까지 아를에 머무는데, 그 15개월 동안 약 200점의 그림을 그리고, 100점의 스케치를 하고, 200통의 
          편지를 쓴다. 일반적으로 그의 전성기라고 인정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가장 초기 작품들은 눈이 덮인 아를,
          맑고 파란 하늘, 얼어붙은 분홍색 땅을 보여준다. 
          . 첫째,  남부를 그리고 싶었고, 둘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이 남부를 '보도록' 돕고 싶었던 것이다.
          사이프러스, 올리브, 반고흐의 길 ... 다른 화가가 그냥 지나친 것을 고흐는 표현, 알게 하고 싶었다. 
          화가는 단지 재현만 하는 것이 아니고, 선택을 하고 강조를 한다.
          우리는 처음에는 캔버스 위에서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발견하지만, 나중에는 캔버스가 그려진 장소에서 
          그런 요소들을 환영하게 된다. 반 고흐의 그림들 너머로 사이프러스를 계속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카메라가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장소의 아름다움을 보고 촉발된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귀중한 장면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불안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줄어든다. 
           . 그것에 대하여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러스킨 (나는 목수를 화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목수로서 더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데생, 보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보자,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5. 귀환
    습관에 대하여
    --> 사막을 건너고, 빙산 위를 떠다니고, 밀림을 가로질렀으면서도, 그들의 영혼 속에서 그들이 본 것의 증거를 찾으려
          할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해보라고 슬며시 우리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팡세)

 

 

Posted by 조이트리
마케팅2019. 7. 18. 08:32

사람은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까?라는 질문에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는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나?

 

눈덮힌 설산, 시리도록 맑은 호수와 주변의 말로 표현하기 멋진 나무들, 그랜드 캐년의 광활한 모습, 나이아가라 폭포

지금도 그 느낌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보라고 하면 그 느낌이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느낀다.

그런데, 이에 반해 인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즉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처음 대했을 때 천장을 20분 정도 바라봐서 목이 아팠던 기억과 감동이 지금도 남아있고, 루부르 미술관에 갔을 때 봤던 다비드의 "나폴레온 대관식",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잔치" 등 대작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 뉴욕 미술관에서의 빈센트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봤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작가가 표현한 문구인데, 공감이 많이 가는 표현이라 차용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손이 닿은 결과물의 아름다움은 차이가 있다. 우선 기억이 오래가고, 다른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동의 정체를 알게 되면 인간이 최종적으로 추구하게 될 욕망이 '예술에 대한 욕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인간이 만든 미술, 건축, 음악 등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아름다움은 더 강하게 각인되는 걸까. 인간이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 좋은 것, 신기한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의도가 있고, 준비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유형과 무형의 형태로 구현하고자 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많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그 의도라는 것, 가치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바로 이것이 예술의 묘미가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내가 파고 들면 파고 들수록 그 맛이 다른, 갈 때 마다 감동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면 소유하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곁에 두고 계속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나도 이런 마음이 생겼다. 내가 소유하게 될 첫번째 예술 작품은 어떤것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봐야 겠다. 만약 내가 소유하게 된다면, 글로 남겨 보겠다. 

Posted by 조이트리